AI가 생산성을 높이면 물가도 바로 안정될까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결국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싸게 만들어 물가 상승 속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직관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연준) 리사 쿡 이사는 2026년 9월 28일 연설에서, 생산성 향상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보다 먼저 물가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다른 업종에 가격 압력을 옮길 수 있는 경로
쿡 이사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여러 산업에서 함께 쓰는 건설 노동력과 에너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AI 투자가 다른 산업에도 가격 압력을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쓰이는 건설 인력과 전력은 AI 기업만 쓰는 자원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건설·에너지 수요와 같은 풀을 나눠 쓴다. 이 풀에서 AI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 AI와 무관한 다른 산업에도 가격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오른 주가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
두 번째 경로는 자산가격과 소비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주가 상승 중 상당 부분을 AI에 대한 기대와 연결하고, 이렇게 불어난 자산이 가계 소비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르며 늘어난 가계 자산 중 일부가 소비 지출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경로다.
업종별 가격 압력과 경제 전체 수요는 다른 문제
다만 쿡은 이 두 경로를 근거로 AI가 경제 전체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AI 수요가 경제 전반에 일부 압력을 준다고 보면서도, 좁은 산업의 상대가격 변화를 통화정책으로 직접 겨냥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생산성 효과는 언제 물가를 눌러줄 것으로 예상하나
그렇다면 생산성 효과는 언제 오는가. 그는 생산성 향상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완만한 물가상승률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올해 후반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 압력을 제때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공급 쪽 효과와 수요 쪽 압력 모두 쿡이 제시한 전망이며, 그는 공급 쪽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을 더 늦게 봤다.
시점과 수요 경로가 빠진 판단
이 설명을 종합하면,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곧바로 물가도 안정된다’는 판단에는 시점과 수요 경로가 빠져 있다. 쿡의 설명에 따르면 투자와 소비에 따른 수요 압력이 먼저 나타날 수 있고, 향후 생산성 효과가 이를 얼마나 누를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이는 쿡 본인의 경로 설명과 전망이며, 제시된 발언만으로 AI가 최근 전체 물가상승률에 기여한 크기나 생산성 효과가 실제로 언제 얼마나 나타날지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물가상승률 둔화는 가격이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완만해진다는 뜻이라는 점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정리: 두 경로와 생산성 효과의 시차를 구분해서 읽는 법
쿡이 이번 연설에서 제시한 답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건설·에너지 수요가 다른 산업에도 가격 압력을 옮길 수 있고, AI 기대에 따라 늘어난 자산이 가계 소비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생산성 향상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 효과는 올해 후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압력을 제때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이라는 점이다. 독자가 이후 AI와 물가 관련 뉴스를 판단할 기준도 여기서 나온다. 어떤 소식이 건설·에너지 수요나 자산가격·소비처럼 압력이 생길 수 있는 경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성발 공급 효과를 말하는 것인지부터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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