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의 팔란티어 풋옵션 보유와 네비우스 공매도 주장이 알려진 뒤, 두 종목은 나란히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자연스럽게 ‘버리의 약세 논리가 깨졌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며칠 사이 오른 사실과, 애초에 그 포지션들이 겨냥했던 위험이 실제로 사라졌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포지션의 근거가 각각 얼마나 확인 가능한지, 그리고 최근 실적이 그 근거를 어디까지 흔들었는지를 나눠서 짚어보겠습니다.
급등은 공매도 실패를 자동으로 증명하지 않습니다
공매도든 장기 풋옵션이든, 포지션이 겨냥하는 것은 방향성 하나만이 아닙니다. 특정 위험에 대한 헤지일 수도 있고, 비대칭적인 손익 구조를 노린 베팅일 수도 있습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크게 움직였다는 사실은 시장이 그 순간 어떤 숫자에 반응했는지를 보여줄 뿐, 포지션의 진입 시점과 조건, 전체 손익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급등 하루를 근거로 ‘논리가 완전히 깨졌다’거나 ‘완전히 맞았다’고 판정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검증해야 할 것은 주가의 방향이 아니라, 애초에 약세 포지션이 문제 삼았던 구체적인 위험이 최근 숫자에서 실제로 약해졌는지입니다.
팔란티어 풋옵션, 13F에서 확인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버리가 운용하는 Scion Asset Management의 2025년 9월 30일 기준 13F는 2025년 11월 3일 제출됐습니다. 이 공시에는 팔란티어 클래스 A 주식 500만 주를 기초로 하는 풋옵션 보유와 9억1210만 달러의 보고가액이 기재돼 있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9억1210만 달러는 버리가 옵션 매입에 실제로 쓴 돈이 아닙니다. 13F의 옵션 항목은 계약 수가 아니라 옵션이 참조하는 기초주식 수를 기준으로 보고되기 때문에, 이 금액은 풋옵션이 커버하는 주식의 보고가액이지 실제 프리미엄 지출액이 아닙니다. 이를 ‘버리가 팔란티어 풋에 9억 달러 넘게 베팅했다’는 식으로 읽으면 공시의 의미를 과장하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SEC 지침상 주식 공매도와 매도한 옵션은 13F에 보고하지 않습니다. 반면 운용사가 보유한 풋·콜옵션 가운데 공식 13(f) 증권 목록에 포함된 항목은 보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3F에 나타난 풋 보유는 약세 노출을 시사하지만, 운용사의 전체 포트폴리오나 순노출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 13F에는 풋옵션의 행사가, 만기, 매입 프리미엄, 손익분기점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2025년 9월 말 이후에도 이 포지션을 계속 보유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팔란티어 풋 보유 자체는 SEC 공시로 확인되지만, 실제 투입 비용과 현재 유지 여부는 검증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네비우스 공매도는 같은 무게의 증거가 아닙니다
Scion의 최신 확인 가능한 13F는 앞서 언급한 2025년 9월 30일 기준 보고서이며, 2025년 11월 3일 제출됐습니다. 이 보고서의 8개 보유 항목에는 네비우스가 없습니다.
버리의 네비우스 공매도는 규제 공시가 아니라 그의 유료 게시물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투자자가 SNS나 뉴스레터를 통해 스스로 밝힌 포지션은 13F처럼 규격화된 분기 보유 공시와 같은 증거 수준이 아닙니다. 따라서 네비우스 공매도의 정확한 규모나 현재 유지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증된 사실처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팔란티어 풋이 ‘공시로 확인된 과거 보유 사실, 세부 조건은 미상’이라면, 네비우스 공매도는 ‘자기신고에 따른 주장, 세부 조건과 규모는 미상’에 가깝습니다. 두 포지션을 같은 확신도로 다루면 증거 수준의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팔란티어 2분기 실적이 흔든 것: 성장 둔화 우려
팔란티어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19억354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습니다. 특히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7억6400만 달러로 149% 증가했습니다. 적어도 미국 상업 부문에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고객 구성이 얼마나 분산됐는지까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숫자의 질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같은 분기 GAAP 기준 영업이익은 9억120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47%였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2억1617만 달러였습니다. 조정지표뿐 아니라 GAAP 이익과 영업현금흐름도 함께 개선됐다는 점에서, 사업 성장의 질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확인됩니다. 회사는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81억5000만~81억5800만 달러로, 미국 상업 매출 가이던스를 34억2400만 달러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시장은 실적 발표 다음 거래일 주가를 29.5% 끌어올리며 반응했습니다.
이 조합은 ‘팔란티어의 성장이 곧 꺾인다’는 성격의 약세 논리를 상당히 약화합니다. 다만 팔란티어의 주가가 반영한 높은 성장 기대까지 이번 실적 하나로 모두 정당화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약세 논리의 초점이 ‘현재 가격이 앞으로 이어질 고성장을 얼마나 앞당겨 반영했는가’에 있다면, 판단 기준은 한 분기의 서프라이즈보다 성장과 마진의 지속성에 놓여야 합니다.
네비우스 2분기: 수요는 확인됐지만 자본 부담도 큽니다
네비우스는 2026년 2분기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4% 증가했고, 조정 EBITDA는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AI 인프라 수요가 막연한 기대를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그러나 같은 분기 데이터센터와 GPU 등에 투입된 자산 취득액은 56억5740만 달러로, 매출 5억823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매출이 빠르게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큰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영업현금흐름에는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수익 증가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고객 선급금은 당장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향후 용량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와 매출 인식이 뒤따르므로 곧바로 확정 이익으로 볼 수 없습니다. 조정 EBITDA 역시 감가상각과 주식보상 등 일부 비용을 제외한 지표이므로 GAAP 기준 영업손실과 함께 봐야 합니다.
네비우스의 실적은 ‘수요가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줬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가 충분한 경제적 수익으로 돌아오는가’라는 자본집약도 문제까지 해소한 것은 아닙니다.
두 회사에 같은 잣대를 쓰면 안 되는 이유
팔란티어와 네비우스는 모두 AI 관련주로 묶이지만, 각 회사에서 검증해야 할 위험은 다릅니다. 팔란티어의 남은 시험대는 높은 기대 수준과 성장 지속성입니다. 미국 상업 부문의 성장과 높은 마진이 이어져 현재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네비우스의 시험대는 자본집약도와 실행력입니다. 설비투자와 부채, 고객 선급금으로 마련한 자본이 실제 가동률과 현금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매출 증가율만으로는 투자 회수의 경제성을 알 수 없습니다.
포지션의 증거 수준도 구분해야 합니다. 팔란티어 풋은 과거 13F에서 존재가 확인되지만 거래 조건과 현재 보유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네비우스 공매도는 자기신고에 기초한 주장이어서 규모와 유지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버리가 두 종목 모두에서 졌다’거나 ‘두 종목 모두에서 이겼다’고 묶으면 서로 다른 근거를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게 됩니다.
이번 급등과 실적이 약화한 것은 두 회사의 사업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단기 붕괴론입니다. 반면 팔란티어의 가격에 미래 성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네비우스의 대규모 투자가 경제적 수익으로 전환될지는 여전히 별도의 검증 대상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명 투자자의 성공 사례가 현재 포지션의 정답을 보장하지 않듯, 실적 발표 직후의 급등도 장기 논쟁의 승패를 확정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판단할 기준은 인물의 명성이나 하루의 주가가 아니라, 공시로 확인되는 포지션의 범위와 각 기업에 맞는 사업 지표입니다.
참고 자료
- Scion Asset Management, Form 13F-HR(2025년 9월 30일 기준, 2025년 11월 3일 제출) –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649339/000164933925000007/0001649339-25-000007.txt
- SEC, Form 13F 관련 FAQ – https://www.sec.gov/rules-regulations/staff-guidance/division-investment-management-frequently-asked-questions/frequently-asked-questions-about-form-13f
- Palantir Technologies, 2026년 2분기 실적발표(Exhibit 99.1) –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321655/000132165526000039/a2026q2ex991pressrelease.htm
- AP News, 팔란티어 등 실적 호조에 미국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 https://apnews.com/article/fbbe6128d618509e33d45a493c2615b1
- Nebius, 2026년 2분기 실적자료 – https://assets.nebius.com/assets/dfe7a7f3-771e-4653-94e8-8f86bf126b1d/PR.pdf
- Nebius, 투자자 재무정보 페이지 – https://nebius.com/financials
용어 풀이
- 13F: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투자자가 분기 말 보유 현황을 SEC에 제출하는 공시입니다. 공식 13(f) 증권 목록에 포함된 보유 풋·콜옵션은 보고될 수 있지만, 주식 공매도와 매도한 옵션은 보고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13F만으로 운용사의 전체 포지션이나 순노출을 알 수는 없습니다.
- 풋옵션: 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거나 하락 위험을 헤지할 때 사용합니다. 13F에 기재된 보고가액은 실제 매입 프리미엄과 다른 숫자입니다.
- 조정 EBITDA: 감가상각비, 이자, 세금, 주식보상 등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수익성 지표입니다. GAAP 기준 영업이익·손실과 함께 봐야 실제 수익성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선수수익(이연수익):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받은 대금으로, 향후 이행 의무가 남아 있는 부채성 항목입니다. 대규모 선수금은 영업현금흐름을 먼저 늘릴 수 있으므로 이를 확정 이익이나 반복 가능한 현금창출력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공유 목적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미주알 텔레그램 채널 🔔
매일 미국 경제 관련 주요 뉴스와 실시간 나스닥 알림을 받아보고 싶으신가요?
지금 바로 아래 텔레그램 채널을 추가해 보세요!
[텔레그램 채널 추가하기] ➡️ https://t.me/+lrqVLDwUJ6s2YjY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