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상태의 고성장 기업, PER 대신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요

마이너스 PER는 낮은 PER가 아닙니다. 적자·고성장 기업에서 전통 지표가 약해지는 이유와 대안 배수를 사용할 때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어떤 기업의 순이익이 마이너스라서 PER 자리에 N/A가 뜨거나 음수 값이 표시되는 경우를 종종 보셨을 겁니다. 이때 “적자니까 PSR이나 EV/Sales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표만 교체한다고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은 가격보다 분모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가 고성장·적자 기업 앞에서 약해지는 이유와 대안 배수가 실제로 측정하는 대상을 ‘분모의 계단’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마이너스 PER는 낮은 PER가 아니다

PER는 주가 또는 시가총액을 순이익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이 계산을 흑자 기업의 일반적인 PER처럼 해석하려면 순이익이 양수이고, 일회성 비용이나 초기 투자로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순이익이 마이너스라면 산술적으로 음수 PER가 나올 수 있지만, 그 숫자로 흑자 기업처럼 높고 낮음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손실 규모에 따라 음수 값의 순서가 통상적인 고평가·저평가 직관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PER를 “숫자가 낮으니 싸다”라고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젊은 성장기업을 상대가치로 평가할 때 순이익뿐 아니라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까지 음수일 수 있고, 매출과 장부가치도 작아 적절한 비교기업을 고르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첫 질문은 “어느 지표를 고를까”가 아니라 “현재 양수이면서 지속 가능한 분모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가”여야 합니다.

PBR도 언제나 안전한 대안은 아니다

PER를 쓰기 어려우면 PBR에 눈이 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PBR의 분모인 장부자본은 역사적 원가와 회계정책의 영향을 받습니다. 물리적 자산이 사업 운영의 중요한 기반인 업종에서는 상대적으로 해석하기 수월할 수 있지만, 이때도 장부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내부 연구개발과 브랜드 구축 지출의 상당 부분은 당기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장기 효익을 실제로 만들어낸 지출도 관련 경제적 자원이 재무상태표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지출이 당기 이익도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익과 장부자본의 기업 간 비교력이 함께 약해집니다.

다만 모든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가 가치 있는 자산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한 연구개발이나 영업 유지에 필요한 마케팅은 장기 효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회계기준과 개발 단계에 따라 일부 지출의 처리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석을 위해 무형투자를 조정하더라도 실제 현금 지출과 실패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적 손실로 장부자본이 음수가 되면 PBR 역시 일반적인 비교 지표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PBR의 계산 가능 여부보다 장부자본이 해당 기업의 경제적 자원을 얼마나 유용하게 대표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적자라도 성격은 다르다

적자라는 사실만으로 성장투자와 구조적 저수익을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는 신규 고객 확보, 연구개발, 생산능력 확장처럼 미래 성장을 위해 현재 지출을 늘린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 해석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기존 고객이나 기존 사업에서 단위경제성이 양호하고, 투자 강도를 낮췄을 때 이익이 남으며, 지출을 회수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낮은 매출총이익률, 과도한 고객획득비용, 가격 경쟁 또는 설비 부담에서 비롯된 구조적 적자입니다. 매출이 늘어도 손실률과 현금 소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규모 확대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용 항목에 ‘성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선투자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매출총이익률의 방향, 고객 단위의 수익성, 매출 증가에 필요한 추가 지출, 현금 소진 속도와 자금조달 필요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분모의 계단을 오를수록 보완할 정보가 늘어난다

순이익이 유효하지 않으면 손익계산서의 위쪽으로 올라가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을 살펴보고, 이마저 음수라면 매출을 분모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매출 쪽으로 올라갈수록 계산 가능한 기업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그러나 계산 가능성이 곧 정보의 충분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매출 쪽으로 올라갈수록 원가, 판매관리비, 감가상각, 이자와 세금이 분모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계산은 쉬워지지만 수익성과 자본 소모에 관한 정보는 줄어들고, 분석자가 별도로 확인해야 할 항목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순이익에서 매출로 분모를 옮기는 일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를 바꾸는 일입니다. 매출을 선택했다면 정상화 가능한 마진, 성장에 필요한 재투자, 자본집약도와 생존 가능성을 직접 검증해야 합니다.

EV/Sales는 매출의 질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EV/Sales는 시가총액에 순부채 등 자금 제공자의 청구권을 반영한 기업가치를 매출과 비교합니다. 적자 기업에도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EV/Sales만으로 매출 대비 저평가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수익성이 다른 두 기업의 매출은 같은 경제적 가치를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모다란 교수가 공개한 2026년 1월 글로벌 시장 회귀분석에서는 EV/Sales가 예상 성장률, 영업마진, 부채비율과 세율에 연결됐습니다. 해당 변수들의 설명력은 글로벌 표본에서 13.3%였습니다. 이는 EV/Sales가 단순한 매출 가격표가 아니라 성장과 수익성 등에 대한 기대를 함께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편, 회귀식 하나로 개별 기업의 배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도 드러냅니다.

따라서 이 회귀식을 개별 기업의 적정 배수를 계산하는 공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EV/Sales를 비교할 때는 성장률뿐 아니라 매출총이익률, 정상화 가능한 영업마진, 성장에 필요한 재투자와 사업 위험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EV/EBITDA는 현금흐름과 같지 않다

EV/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이 양수인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고, 자본구조가 다른 기업을 비교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현금흐름과 동일시하면 안 됩니다.

감가상각은 과거 설비 지출을 회계기간에 나눠 비용으로 인식한 것이므로 그 자체가 해당 기간의 현금 유출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감가상각을 더해준 숫자가 설비의 경제적 소모까지 없애는 것도 아닙니다. 사업을 유지하거나 성장시키기 위해 설비를 교체하고 확장해야 한다면 실제 자금은 계속 필요합니다.

또한 이 지표는 운전자본 증가, 유지·확장 설비투자와 현금세금을 직접 반영하지 않습니다. 성장률과 이익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더 많은 설비와 운전자본이 필요한 기업은 최종적으로 남기는 현금이 적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수를 비교한 뒤에도 이러한 항목을 차감했을 때 무엇이 남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산경량형과 자본집약형 성장기업은 같은 배수로 묶기 어렵다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처럼 내부 무형자원이 중요한 기업과 데이터센터·네트워크·생산설비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 기업은 모두 성장 과정에서 실제 현금을 지출합니다. 차이는 현금 지출의 유무가 아니라 회계상 반영 방식과 자본 소모 구조에 있습니다.

자산경량형 기업의 연구개발·마케팅 지출은 주로 당기 비용으로 반영돼 현재 이익을 낮추고, 장기 효익을 만든 경우에도 관련 경제적 자원이 장부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집약형 기업의 설비 지출은 자산으로 인식된 뒤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되며, 사업을 유지하려면 이후에도 교체와 유지 투자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같은 성장률과 같은 이익 배수라도 필요한 재투자와 자본 소모가 다르면 현금흐름 전환 능력은 달라집니다. 비교기업은 업종명만으로 고르지 말고 성장 단계, 마진 구조, 자본집약도, 순부채와 회계처리가 유사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지표 이름보다 먼저 확인할 순서

적자·고성장 기업을 볼 때는 다음 순서가 유용합니다.

  • 순이익, 영업이익,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 가운데 양수이고 일회성 항목에 덜 흔들리는 분모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주주 몫인 시가총액을 사용하는 지표와 채권자를 포함한 기업가치를 사용하는 지표의 범위를 섞지 않습니다.
  • 손실을 성장투자성 지출과 구조적 저수익으로 나누고, 투자 강도를 낮췄을 때 기존 사업에서 이익이 남는지 살펴봅니다.
  • EV/Sales를 사용한다면 매출총이익률, 정상화 가능한 영업마진과 매출 증가에 필요한 재투자를 함께 봅니다.
  • EV/EBITDA를 사용한다면 유지·확장 설비투자, 운전자본 증가와 현금세금을 고려한 뒤 실제로 남는 현금을 확인합니다.
  • 미래 현금흐름을 직접 추정할 때는 성장률뿐 아니라 마진, 재투자, 위험과 성숙 단계까지 버틸 생존 가능성을 함께 반영합니다.

밸류에이션 지표에는 어느 기업에나 통하는 보편적 우선순위가 없습니다. PER와 PBR은 현재 이익과 장부자본이 미래 현금창출력의 유용한 대리변수일 때 힘을 발휘합니다. 그 조건이 깨지면 EV/Sales나 EV/EBITDA를 임시 좌표로 사용할 수 있지만, 대안 지표가 빠뜨린 마진·재투자·자본 소모와 생존 가능성은 분석자가 다시 채워야 합니다.

과거에 적자를 거쳐 성공한 성장기업을 현재 기업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같은 성장률이라도 시장 규모, 경쟁, 수익성, 자본집약도와 추가 자금조달 위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살아남은 기업만 보게 되는 편향도 생깁니다. 결국 독자가 가져갈 기준은 특정 배수의 이름이 아니라 분모의 유효성, 분자와 분모의 범위 일치, 정상화 마진, 재투자 효율과 생존 가능성을 차례로 검증하는 습관입니다.

용어 풀이

  • PER(주가수익비율): 주가 또는 시가총액을 순이익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순이익이 양수이고 어느 정도 정상화돼 있을 때 비교력이 높아집니다.
  •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 또는 시가총액을 장부자본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내부 무형자원이 중요한 기업에서는 경제적 자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입니다. 영업 단계의 수익력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설비투자, 운전자본 변화와 세금에 따른 현금 소모를 직접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 EV/Sales·EV/EBITDA: 기업가치를 각각 매출과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으로 나눈 배수입니다. 계산된다는 사실만으로 저평가나 고평가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참고 자료

  • Aswath Damodaran, 「The Dark Side of Valuation: Young Growth Companies」, NYU Stern —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pdfiles/eqnotes/younggrowth.pdf
  • Aswath Damodaran, 「Value/EBITDA Multiples」, NYU Stern —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New_Home_Page/lectures/vebitnote.html
  • Aswath Damodaran, 「Price Book Value Ratios」, NYU Stern —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New_Home_Page/lectures/pbv.html
  • Aswath Damodaran, 「The Value of Intangibles」, NYU Stern —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pdfiles/papers/intangibles.pdf
  • Aswath Damodaran, 「Market-wide Regressions of Multiples on Fundamentals」, January 2026, NYU Stern — https://pages.stern.nyu.edu/adamodar/New_Home_Page/datafile/MReg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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