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 925달러가 말해주는 원리

약정된 이자와 원금은 그대로인데 채권 가격은 왜 내려갈까요? 시장수익률과 현재가치의 관계를 925달러 사례로 살펴보고, 듀레이션과 만기 보유, 채권형 펀드의 차이를 정리합니다.

이자는 그대로인데 가격은 왜 내려갈까

채권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의문입니다. 받기로 한 이자와 만기에 돌려받을 원금은 정해져 있는데, 계좌에 찍히는 평가금액은 시장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오르내립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알고 보유한 채권이나 채권형 상품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약속된 현금흐름과 시장가격이 왜 다르게 움직이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핵심은 채권의 약속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오늘의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이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기준금리·쿠폰금리·시장수익률은 서로 다른 숫자다

채권 이야기에서 ‘금리’라는 한 단어에는 서로 다른 개념이 섞이기 쉽습니다.

  • 쿠폰금리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발행할 때 약정한 이자율입니다. 일반적인 고정금리채에서는 만기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금리로, 단기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는 출발점입니다.
  • 시장수익률 또는 요구수익률은 투자자가 비슷한 만기와 신용위험의 채권에 현재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기존 채권의 거래가격을 평가할 때 직접적인 기준이 됩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모든 만기의 시장수익률이 같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금리에는 기대 인플레이션, 성장 전망, 기간 프리미엄과 수급도 반영됩니다. 회사채라면 신용스프레드까지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채권 가격을 이해하려면 ‘기준금리가 얼마나 올랐는가’에서 멈추지 말고, 보유 채권과 비교 가능한 만기·신용위험의 시장수익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3% 채권 옆에 4% 채권이 나타나면

쿠폰 3%인 기존 채권을 액면가에 살 수 있는데 같은 조건의 새 채권이 4%의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투자자는 기존 채권을 같은 가격에 살 이유가 없습니다. 기존 채권이 다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거래가격이 낮아져야 합니다.

이를 단순히 ‘인기가 떨어져서 가격이 내려간다’고만 설명하면 가격 조정의 근본 원리가 빠집니다. 채권 가격은 앞으로 받을 쿠폰과 만기 원금이라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시장의 요구수익률로 할인한 값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P = Σ[C/(1+y)^t] + F/(1+y)^n

여기서 C는 쿠폰, F는 만기 원금, y는 시장 요구수익률, n은 남은 기간입니다. 쿠폰과 원금이 그대로여도 y가 높아지면 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작아집니다. 반대로 y가 낮아지면 현재가치는 커집니다.

채권 가격 하락은 약속된 돈이 줄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미래 현금흐름을 오늘 돈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더 높아진 결과입니다.

왜 가격이 약 925달러로 조정되는가

Investor.gov는 액면가 1,000달러, 쿠폰 3%, 잔존만기 9년인 고정금리 채권을 예로 듭니다. 시장금리가 3%에서 4%로 오르면 이 채권의 가격은 약 1,000달러에서 925달러로 낮아집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3%에서 2%로 내려가면 가격은 약 1,082달러로 높아집니다.

여기서 925달러는 단순한 할인 판매가 아닙니다.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는 약정된 쿠폰을 계속 받고, 만기에는 액면 원금을 받습니다. 매수가격과 만기 원금 사이의 차익까지 포함하면 기존 저쿠폰 채권의 만기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면서 기존 채권의 수익률이 새 시장수익률에 맞춰지는 것입니다.

미국 재무부도 같은 관계를 설명합니다. 만기수익률이 쿠폰금리보다 높으면 채권 가격은 액면가 아래에서, 두 금리가 같으면 액면가에서, 만기수익률이 쿠폰금리보다 낮으면 액면가 위에서 형성됩니다.

따라서 쿠폰금리와 수익률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쿠폰금리는 약정된 현금흐름을 정하지만, 만기수익률은 그 현금흐름과 현재 매수가격을 함께 반영합니다. 시장수익률이 변할 때 조정되는 것은 기존 채권의 쿠폰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장기채와 저쿠폰채가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

같은 폭으로 수익률이 변해도 모든 채권 가격이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현금흐름을 먼 미래에 받을수록 할인율 변화가 현재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집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이 짧은 채권보다 금리 변화에 민감한 이유입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쿠폰이 낮은 채권도 더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쿠폰이 높으면 투자금의 일부를 비교적 일찍 회수하지만, 쿠폰이 낮으면 현금흐름에서 만기 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민감도를 요약한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FINRA는 듀레이션이 10인 채권에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약 10%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듀레이션은 정확한 가격을 예언하는 숫자가 아니라 근사치입니다. 수익률 변화가 크면 비선형 효과 때문에 오차가 커질 수 있고, 실제 시장에서는 만기별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듀레이션은 ‘수익률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비교하는 위험 지표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만기 보유와 평가손실은 모순이 아니다

신용위험이 낮은 국채도 만기 전 시장가격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신용위험과 금리위험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개별 채권은 발행자가 의무를 이행하고 중도상환 조항이 없다면 만기까지 보유할 때 약정된 이자와 액면 원금을 받습니다. 중간의 평가가격이 내려가도 매도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으로 손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기 전에 팔아야 한다면 당시 시장수익률에 따라 액면가보다 낮거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기 보유가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도 아닙니다. 발행자의 부도 가능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가치 하락, 더 높은 수익률의 기회를 놓치는 비용, 필요할 때 현금화하기 어려운 유동성 위험은 남습니다.

채권형 펀드에는 같은 만기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채권형 펀드는 여러 채권을 보유하며 운용 과정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교체하거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펀드 안의 개별 채권에는 만기가 있어도, 투자자가 보유한 펀드 지분에는 일반 개별 채권처럼 특정 날짜에 액면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면 액면가를 돌려받는다’는 개별 채권의 논리를 채권형 펀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펀드를 볼 때는 듀레이션과 보유 채권의 만기 구성, 신용위험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장기채 비중이 큰 펀드는 단기채 중심 펀드보다 시장수익률 변화에 민감합니다.

먼저 보유 대상이 개별 고정금리채인지, 변동금리채인지, 채권형 펀드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변동금리채와 물가연동채는 현금흐름 자체가 조정될 수 있어 일반 고정금리채와 가격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용어 풀이

  • 쿠폰금리: 액면가를 기준으로 약정한 이자율입니다.
  • 현재수익률: 연간 쿠폰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나눈 단순 수익률입니다.
  • 만기수익률(YTM): 현재 가격으로 매수해 만기까지 보유한다고 가정할 때 남은 쿠폰과 만기 원금을 모두 반영한 수익률입니다.
  • 할인율: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입니다. 이 글에서는 비교 가능한 채권에 시장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뜻합니다.
  • 듀레이션: 현금흐름의 시점을 반영해 수익률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참고 자료

채권의 금리 위험을 판단할 때는 ‘기준금리가 올랐는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비교 가능한 만기의 시장수익률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유 대상의 듀레이션이 어느 정도인지,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지 펀드로 보유하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금리와 가격의 역관계는 유용한 기본 원리지만, 정책금리와 모든 시장수익률이 일대일로 움직이거나 모든 채권이 같은 폭으로 반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구분이 채권의 평가손익을 해석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공유 목적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